일본에서 집 구할 때 한국인이 확인해야 할 10가지
특히 일본 집은 월세만 보고 판단하면 안 됩니다. 월세는 괜찮은데 초기비용이 너무 비싸거나, 사진은 좋은데 막상 살아보면 소음이 심한 경우도 많습니다. 일본에서 처음 집을 구하는 유학생, 워홀러, 취업 준비생이라면 아래 항목들을 한 번씩 확인해보는 걸 추천합니다.
먼저, 1~5번은 꼭 확인하세요
1번부터 5번까지는 가능하면 계약 전에 꼭 확인하세요. 잘못 보면 돈이 크게 들거나, 이사 후에 바로 생활 스트레스로 이어지는 부분입니다. "집은 마음에 드는데 뭔가 찜찜하다" 싶을 때도 보통 이 중 하나에서 걸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1. 월세보다 '초기비용 총액'을 먼저 보기
일본 집은 월세가 괜찮아 보여도 처음 들어가는 돈이 큽니다. 한국에서는 보증금과 월세를 먼저 생각하지만, 일본은 보증금·사례금·중개수수료·보증회사 비용·화재보험료·열쇠 교환비·청소비처럼 붙는 비용이 많습니다. 보통 초기비용 총액은 월세의 4~6배 정도로 잡으면 됩니다.
그래서 월세 8만 엔짜리 집도 처음에는 40만~50만 엔 이상(환율에 따라 대략 400만 원 안팎)이 들 수 있습니다. 월세만 보면 "괜찮네?" 싶다가도 초기비용을 보면 부담이 확 커지니, 월세보다 초기비용 총액을 먼저 확인하세요.
각 항목이 무엇이고 어떻게 줄이는지(敷金·礼金·仲介手数料 등)는 일본 월세 초기비용 정리 글에서 자세히 다뤘습니다.
2. 시키킹·레이킹: '돌려받는 돈'과 '못 받는 돈' 구분하기
일본 부동산 사이트에 자주 나오는 두 단어입니다. 핵심은 하나는 돌려받고, 하나는 못 받는다는 점입니다.
- 시키킹(敷金) 은 한국의 보증금과 비슷합니다. 다만 전액 그대로 돌아온다고 생각하면 안 되고, 퇴거할 때 청소비·수리비가 빠질 수 있습니다.
- 레이킹(礼金) 은 집주인에게 주는 돈으로, 기본적으로 못 돌려받습니다. 월세 8만 엔에 사례금 1개월이면 그냥 8만 엔을 더 내는 셈입니다.
초기비용을 줄이고 싶다면 매물에서 이런 표현을 찾아보세요.
- 보증금 없음: 시키킹 나시(敷金なし・しききんなし)
- 사례금 없음: 레이킹 나시(礼金なし・れいきんなし)
특히 레이킹은 못 돌려받는 돈이라, "레이킹 나시" 매물만 골라봐도 초기비용이 한 달치 줄어듭니다. 다만 레이킹·시키킹이 없는 매물은 대신 단기 해약 위약금 조항이 붙는 경우가 있으니(아래 보너스 참고), 계약서를 꼭 확인하세요.
3. 보증회사 비용과 외국인 심사
일본은 집을 계약할 때 보증회사를 끼는 경우가 많습니다. 세입자가 월세를 못 냈을 때 대신 보증해주는 회사인데, 문제는 그 비용을 보통 세입자가 낸다는 점입니다.
- 보증회사: 호쇼가이샤(保証会社・ほしょうがいしゃ)
- 보증료: 호쇼료(保証料・ほしょうりょう)
- 갱신료: 코신료(更新料・こうしんりょう)
처음 계약할 때 월세의 50~100%가 보증료로 들 수 있고, 매년 갱신료가 붙는 경우도 있습니다. 월세 8만 엔에 보증료 50%면 4만 엔, 100%면 8만 엔입니다.
계약 전에 이런 부분을 확인하세요.
- 보증회사 가입이 필수인지
- 첫 보증료가 얼마인지
- 매년 갱신료가 있는지
- 외국인도 심사가 가능한지
특히 유학생·워홀러·프리랜서·취업 준비생은 이 보증회사 심사가 더 까다로울 수 있습니다. 마음에 드는 집을 찾고도 심사에서 막히면 꽤 허탈하니, 처음부터 조건을 확인해두세요. (집주인·관리회사가 외국인 자체를 받지 않는 건 또 다른 단계인데, 9번에서 다룹니다.) 보증회사가 부동산·관리회사와 어떻게 다른지는 집 계약에 나오는 사람들 글에서 정리했습니다.
4. 건물 구조 확인하기
일본 집은 건물 구조에 따라 생활 느낌이 꽤 달라집니다. 특히 소음과 단열에서 차이가 큽니다.
- 목조: 모쿠조(木造・もくぞう)
- 경량철골: 케이료텟코츠(軽量鉄骨・けいりょうてっこつ)
- 철골조: 텟코츠조(鉄骨造・てっこつぞう)
- 철근콘크리트: RC(鉄筋コンクリート・てっきんコンクリート)
보통 목조는 월세가 조금 저렴한 편입니다. 대신 벽간·층간 소음이 더 잘 느껴지고, 겨울에 춥거나 여름에 더운 경우도 있습니다. RC 구조는 방음·단열이 나은 편이지만 월세가 높아질 수 있습니다.
물론 "목조는 무조건 별로, RC면 무조건 좋다"는 뜻은 아닙니다. 같은 RC라도 오래된 건물은 소음이 있을 수 있고, 목조라도 관리가 잘 된 곳은 만족도가 높을 수 있습니다. 그래도 처음 집을 구한다면 건물 구조는 꼭 한 번 확인해보세요. (목조·철골·RC가 소음·단열에서 어떻게 다른지는 일본 집 건물 구조와 소음·단열 글에서 자세히 다뤘습니다.)
5. 소음 문제 확인하기
일본 집에서 생각보다 크게 느껴지는 문제가 소음입니다. 사진으로는 깨끗하고 좋아 보여도, 막상 살아보면 옆방 소리나 위층 발소리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특히 이런 집은 조심해서 보세요.
- 벽이 얇은 건물
- 목조 아파트
- 역 바로 앞
- 큰 도로 옆
- 술집이나 번화가 근처
- 엘리베이터 바로 옆 방
- 쓰레기장 근처 방
낮에 갔을 때는 조용했는데 밤이 되면 분위기가 달라지는 동네도 있습니다. 가능하다면 낮뿐 아니라 밤 분위기도확인해보세요. 부동산 설명에 "조용합니다"라고 적혀 있어도 실제 느낌은 다를 수 있습니다.
여기서부터는 챙기면 좋은 항목입니다
6번부터는 우선순위가 조금 낮을 뿐, 막상 살아보면 생활 만족도를 크게 좌우하는 부분입니다. 역에서 가까워 보여도 언덕이 많으면 매일 힘들고, 주변에 슈퍼가 없으면 장보기가 불편합니다. 특히 외국인 입주 가능 여부(9번)는 사람에 따라 필수 항목이 될 수 있습니다.
6. 역에서의 '실제' 거리 확인하기
일본 부동산 사이트에는 보통 "역 도보 5분", "역 도보 10분"처럼 적혀 있습니다. 그런데 이 숫자만 믿으면 실제 체감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런 부분을 확인하면 좋습니다.
- 언덕이 있는지
- 신호가 많은지
- 밤길이 어두운지
- 비 오는 날 걷기 괜찮은지
- 역 입구에서 플랫폼까지 먼지
- 자주 타는 노선 출구와 가까운지
특히 신주쿠·시부야·이케부쿠로 같은 큰 역은 역 입구에 도착했다고 끝이 아닙니다. 플랫폼까지 가는 데 시간이 꽤 걸려서, "역 도보 7분"이라도 실제로 전철을 타기까지는 15분 이상 걸리기도 합니다. 지도상의 거리뿐 아니라, 내가 매일 걸어 다닐 길을 상상해보세요.
7. 주변 편의시설 확인하기
집 주변에 뭐가 있는지도 생각보다 중요합니다. 일본 생활 초반에는 이런 시설이 가까우면 편합니다.
- 슈퍼 / 편의점 / 드럭스토어
- 병원 / 우체국 / 은행 ATM
- 코인세탁소 / 100엔샵
- 도시락 가게 / 구청·출장소
역이 가까운 것도 중요하지만, 실제로는 슈퍼나 드럭스토어가 가까운 게 더 편할 때도 많습니다. 역에서 조금 멀어도 슈퍼·편의점·병원이 가까우면 생활 만족도가 높을 수 있습니다.
8. 쓰레기 버리는 방식과 관리 상태 확인하기
일본은 지역마다 쓰레기 버리는 규칙이 다릅니다. 처음에는 생각보다 귀찮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집을 볼 때 이런 부분도 확인하면 좋습니다.
- 쓰레기장이 건물 안에 있는지
- 24시간 버릴 수 있는지
- 정해진 요일에만 버려야 하는지
- 분리수거가 엄격한 지역인지
- 쓰레기장이 깨끗하게 관리되는지
쓰레기장이 너무 지저분하면 건물 관리가 잘 안 되고 있을 가능성도 있고, 여름에는 냄새나 벌레 문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부동산 사진에는 잘 안 나오는 부분이라, 실제로 살아본 사람의 후기가 도움이 됩니다.
9. 외국인 입주 가능 여부 확인하기
일본에는 아직도 외국인 입주를 꺼리는 집주인이나 관리회사가 있습니다. 사이트에서 마음에 드는 집을 찾았는데, 막상 문의하면 "외국인은 어렵습니다"라고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3번의 보증회사 심사와는 또 다른 단계로, 이건 집주인·관리회사가 외국인 자체를 받느냐의 문제입니다.)
문의할 때는 이렇게 물어볼 수 있습니다.
외국인 입주 가능한가요? 外国人入居可能ですか? がいこくじん にゅうきょ かのう ですか?
비자 종류, 일본어 실력, 직업, 보증인 여부에 따라 심사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특히 유학생·워홀러·취업 준비생은 계약 전에 필요한 서류와 심사 조건을 미리 확인해두세요. 마음에 드는 집을 찾았는데 마지막에 막히면 꽤 허탈할 수 있습니다. (외국인 계약 가능 여부는 계약 전에 꼭 물어볼 질문이기도 합니다 — 계약 전에 꼭 물어봐야 할 질문 8가지 참고.)
10. 실제 거주자 리뷰 확인하기
부동산 사이트의 사진과 설명만으로는 알기 어려운 정보가 많습니다. 예를 들면 이런 것들입니다.
- 밤에 시끄러운지
- 이웃 소음이 있는지
- 관리회사가 대응을 잘하는지
- 벌레가 나오는지
- 치안이 괜찮은지
- 택배 받기 편한지
- 쓰레기장 관리가 잘 되는지
- 실제로 살아보니 어떤 점이 불편했는지
부동산 정보는 기본적으로 집을 좋게 보여주는 쪽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실제로 살아본 사람이 느낀 장점과 단점은 꽤 중요합니다. 살래의 건물 후기가 바로 이런 정보를 동네·건물 단위로 모으는 곳입니다.
추가로 챙기면 좋은 것 두 가지
대부분의 가이드가 잘 안 짚는데, 알아두면 도움이 되는 두 가지입니다.
단기 해약 위약금(短期解約違約金・たんき かいやく いやくきん) 1~2년을 못 채우고 떠날 수 있는 유학생·워홀러는 특히 확인하세요. 입주 후 1년(때로는 2년) 안에 해지하면 위약금(보통 월세 1~2개월분)을 무는 조항이 흔합니다. 특히 레이킹·시키킹이 없는 매물에 이 조항이 잘 붙습니다. 계약서의 "短期解約(단기 해약)" 항목을 꼭 보세요.
UR 임대주택(UR賃貸・ユーアールちんたい) 초기비용을 줄이고 싶은 외국인에게 잘 맞는 선택지입니다. 레이킹·중개수수료·보증인·갱신료가 모두 없습니다. 다만 시키킹(보통 2개월분)은 있고, 일정 소득 기준(보통 월세의 약 4배)이나 예치금 조건은 충족해야 합니다. 보증인이 필요 없어서 외국인 입장에서 문턱이 상대적으로 낮습니다.
한눈 체크리스트
집 보러 가기 전에 이 목록만 저장해 가세요.
- [ ] 초기비용 총액(월세의 4~6배) 확인했나
- [ ] 시키킹·레이킹, 특히 못 돌려받는 레이킹 확인했나
- [ ] 보증회사 비용·갱신료, 외국인 심사 가능 여부 확인했나
- [ ] 건물 구조(목조 / RC 등) 확인했나
- [ ] 소음을 낮·밤 모두 확인했나
- [ ] 역까지 '실제' 도보 거리 확인했나
- [ ] 주변 편의시설(슈퍼·편의점·병원) 확인했나
- [ ] 쓰레기 배출 방식·관리 상태 확인했나
- [ ] 외국인 입주 가능 여부 확인했나
- [ ] 실제 거주자 리뷰 확인했나
- [ ] (보너스) 단기 해약 위약금 조항 확인했나
- [ ] (보너스) UR 임대주택도 알아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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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은 단순히 월세와 위치만 보고 고르기 어렵습니다. 특히 일본에서 처음 집을 구하는 경우라면, 작은 차이가 생활 만족도를 크게 바꿉니다.
일본이 처음이라 적응이 쉬운 동네부터 보고 싶다면, 살래 지도에서 테마 '초기정착 쉬움'으로 그런 동네만 모아 볼 수 있습니다. 살래는 일본에서 집을 구하는 한국인들이 동네와 건물에 대한 실제 거주 경험을 공유하는 커뮤니티입니다. 부동산 정보만으로 부족했던 부분은 살래의 동네·건물 후기를 함께 참고해보세요.